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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3문서』 이후의 일본의 안보 정책 : 평가 및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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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윤석정
소속 및 직함 인도태평양연구부 연구교수
발행기관 외교안보연구소
학술지 주요국제문제분석
권호사항 12(42)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24
발행 시기 2023년
키워드 #일본   #안보3문서   #방위력   #안보정책   #대만유사   #윤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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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1. 문제제기

  2022년 12월 16일 일본 정부는 『국가안보전략』·『국가방위전략』·『방위력 정비계획』(이하 『안보 3문서』)를 발표하며 전후 안보 정책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안보 3문서』가 발표되면서 전수 방위와 방위비 GDP 1% 이내를 특징으로 했던 억제적 성격의 전후 일본의 안보 정책이 대전환에 직면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본고는 『안보 3문서』 이후 일본의 안보 정책을 평가하고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원년(元年)인 2023년부터 방위비 증액 상황을 살펴보고 2024년 및 향후를 전망할 것이다. 이와 함께 스탠드오프 방위능력과 지속성·강인성 분야를 중심으로 일본의 방위력 강화 과정을 살펴본다. 위의 두 항목에 주목하는 이유는 일본 정부가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위해 중시하는 능력 중에 최근 가장 비중 있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2. 일본의 방위비 증대 현황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원년(元年)」인 2023년의 방위비는 역대 최대 규모인 6조 8,219억엔을 기록했다. 2022년도의 5조 4,006억엔에 비해 1조 4,213억엔이 늘어난 것으로 전년도 대비 27.4%가 증액된 수치이다. 재무성이 공표한 일본 정부의 일반세출을 기준으로, 2022년도에는 방위비가 사회보장비, 공공사업비, 교육 및 과학 진흥비에 이어 4위였는데, 2023년에는 사회보장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이는 2023년에 들어 방위력 강화는 일본에게 국가적 차원의 중요 사업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2024년도에도 방위비가 대폭 증액될 것인데, 이에 따라 방위비 증대는 불가역적인 추세가 될 것이다. 방위성은 올해 8월의 개산요구(概算要求)에서 2024년도의 예산으로 7조 7,385억엔을 요구했고, 현재 약 7조 7,000억엔 수준으로 최종 조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방위비는 방위성의 예산뿐만 아니라 종합적 방위체제 강화의 관점에서 예산이 책정될 것이다. 2027년의 GDP 2% 기준 방위비에는 방위성의 예산뿐만 아니라 타 부서의 ▲연구개발, ▲공공 인프라 정비, ▲사이버 안전보장, ▲유사국의 억제력 향상을 위한 국제협력 관련 항목이 포함된다.
  방위비의 꾸준한 증액을 위해서는 증세가 필요하지만 일본의 국내 정치적 상황 때문에 실행이 지연되고 있다. ▲기시다 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정치자금문제로 자민당이 정치적 어려움에 빠지면서 계획대로 증세를 실시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엔화 약세가 일본의 방위력 정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엔화 약세 상황이 지속된다면 당초 계획했던 것만큼의 무기 및 장비 구입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3. 방위력 정비 현황

  『안보 3문서』는 공격적 성향을 가진 권위주의 국가의 군사력 수준을 방위력 책정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안보 3문서』는 일본이 직면하고 있는 위협에 대해 “의사결정이 불투명한 국가의 의사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침략 의사와 강력한 군사력을 가진 상대방의 능력에 착목하여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를 저지할 수 있는 억제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방위력 책정 기준은 1976년 방위대강이 제시한 기반적 방위력과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데 중시해야 할 항목으로 ① 스탠드오프 방위능력, ② 통합방공 미사일 방위능력, ③ 무인 장비 방위능력, ④ 영역횡단작전능력, ⑤ 지휘통제·정보관련 기능, ⑥ 기동전개능력·국민보호, ⑦ 지속성·강인성(強靱化) 의 7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안보 3문서』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① 스탠드오프 방위능력과 ⑦ 지속성·강인성의 항목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안보 3문서』는 일본을 침공하는 함정과 상륙 부대 등에 대해 위협권 밖에서 대처할 수 있도록 스탠드오프 방위능력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이 같은 스탠드오프 방위능력은 반격능력으로 활용될 것이다. 『안보 3문서』는 2032년까지 더 빠른 시기에 원거리에서 침공을 저지·배제할 수 있는 방위력을 강화한다고 하고 있다. 이는 일본 정부가 도입하는 스탠드오프 방위능력이 일본 근접 방어 이상으로 위협국가의 본토 및 해상 지역을 타격할 수 있는 반격 능력에 활용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올해 10월 일본 정부는 토마호크를 2025년까지 획득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는데, 이에 대해 기하라 미노루 방위상은 “더욱 엄중해지는 안보 환경을 고려해 도입을 앞당겨 실시할 필요가 있다”며 “토마호크의 조기 도입이 일본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추진하는데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과정이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전수 방위 원칙에 변화를 가져올 것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실력에 ‘원거리에서 침공을 저지·배제할 수 있는 방위력’이 더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과정은 미일 동맹의 억제력·대처력 강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2023년 10월 4일에 개최된 미일 방위장관회담에서 양국은 동맹의 억제력·대처력 강화의 필요성을 확인하면서 반격능력의 효과적인 운영을 비롯해 동맹의 역할·임무·능력에 관한 논의를 가속하기로 했다.
  지속성과 강인성이란 유사시 자위대가 끈질기게 활동하여 실효적인 억제력으로 작용하도록 전투 지속 능력을 확보·유지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지속성·강인성 분야는 2027년까지 일본의 안보 정책에서 굉장히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안보 3문서』는 2027년까지 침공이 발생할 경우 일본이 주된 책임을 지고 동맹국의 지원 아래 침공을 배제·저지하는 방위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여기서 자위대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장비를 최대한 유효하게 활용할 필요성을 언급하며 지속성과 강인성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도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원년 예산』에서 지속성·강인성 분야는 높은 폭의 예산 확대를 보였다. 그리고 지속성·강인성 강화와 관련해서 일본 정부는 공공 인프라 정비에 나서고 있는데, 『국가안보전략』은 자위대·해상보안청의 국민 보호 대응, 평시 훈련, 유사시 전개 등을 목적으로 자위대·해상보안청이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항공·공항 등의 공공 인프라를 정비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로 밝혀지고 있는 공공 인프라 정비 범위를 보면 난세이 제도 및 그 주변부를 중심으로 대만 유사에 대비한 기지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4. 함의 및 고려사항

   『안보 3문서』의 집행 과정을 보면 일본 안보 정책의 최대 동력은 대만 유사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수 있다. 대만에서 전쟁이 벌어지면 난세이 제도를 비롯한 일본의 영역 또한 침공 대상이 될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방위력 강화를 추동하고 있다. 『안보 3문서』 이후 일본의 안보 정책을 총괄하자면 대만 유사에 대한 거부적 억제력·대처력을 확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안보 3문서』 집행 과정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2027년은 역내 군비 경쟁과 세력 균형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안보 3문서』의 계획대로라면 2027년에 일본은 세계 3위의 방위비 지출국에 반격능력을 일부 갖추고 지속성·강인성을 갖춘 국가로 부상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2027년에 대만 침공을 감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바, 여기에 세계 3위의 방위비 지출국이 될 일본 요인이 더해져 실제 중국의 침공 여부를 떠나 2027년 직전, 직후로 역내 긴장이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안보 3문서』는 전략적 명확성과는 별개로 일본의 국내 정치와 경제 상황 때문에 원활하게 집행될지를 두고 일말의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다.
  2027년의 일본이 역내 군비 경쟁과 세력 균형의 주역으로 부상하는 시나리오를 염두하면 한국의 대일 외교에서 전략문제의 비중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인도-태평양 정세에서 일본이 차지하는 전략적 가치와 위상, 이것이 한반도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북한 문제와 한반도 유사에 중점을 두는 반면 일본의 방위력 증대는 대만 유사에 집중되고 있어 역내 안보 정세를 두고 이해관계의 차이가 존재한다. 일각에서 대만 유사와 한반도 유사 두 개의 역내 분쟁이 연계되는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는 바, 한국과 일본은 이해관계의 차이를 전제로 자국의 역할과 안보 정책, 대미 협력 방안에 대해 긴밀히 논의할 필요가 있다. 
목차
1. 문제제기
2. 일본의 방위비 증대 현황
3. 방위력 정비 현황
4. 함의 및 고려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