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코로나19(SARS-CoV-19)로 위시한 팬데믹 시대의 정책 환경 변화에 북한은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를 접경, 통치, 식량, 교육 부문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지난 8월 북한 당국의 코로나19 종식 선언과 3년 가까이 국경전면봉쇄를 유지해온 불가사의한 조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북한을 분석하는데 적용했던 비정상국가 프레임이 적절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비정상국가임을 재확인하는 선에서 우리 사회의 이해가 멈춘다면, 북한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조치를 취하게 된 인식, 동기, 배경, 의도까지 파악하지는 못하게 된다.
본 연구의 목적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의도, 논리, 배경, 실태를 가능한 편견 없이 파악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인도협력의 차원에서 북한이 안고 있는 문제들의 실질적 해결에 도움을 주고, 중장기적으로는 북한과 접경하는 한국이 직면할 수 있는 미래의 월경(越境) 위협들을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조건을 다지는데 있다.
서론인 Ⅰ장에서는 세계 각국 코로나19 대응 양상에 대한 논의지형을 살핌으로써 북한만을 비정상성/예외성의 범주에 묶어두려는 인식을 보다 유연화 할 것을 환기시킨다. 국가 아래의 다양한 지리적 스케일(도시, 접경 등)들에 대한 공간적 감수성이 부족했음을 환기시키면서 대안적으로 부문별/공간적/시간적 접근의 필요성을 제안한다. 서론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론에 해당하는 Ⅱ~Ⅴ장에서는 북한의 코로나19 대응을 네 가지 부문(접경, 통치, 식량, 교육)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Ⅱ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접경을 살핀다. 접경은 국가의 관문이자 동시에 외부 바이러스의 유입 경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네 부문들 중에서 최우선적으로 다뤄질 필요가 있다. 핵심적으로 지정학-지경학적 이해관계에 따라서 코로나19 시기의 남북한과 북중 간 국경경관(borderscape)의 특성이 상이함을 밝힌다. 남북한 국경경관은 지정학적 긴장이 고도화되고, 지경학적(geo-economic) 고려는 최소화, 비가시화된 특성을 나타냈다면, 북중 국경경관은 지정학적 긴장은 최소화하고, 지경학적 고려를 유지‧확대하려는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Ⅲ장은 통치의 측면을 살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핵심적 통치방식 중 하나인 공개활동의 현저한 감소(특히, 현지지도)가 통치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일면적 해석과는 거리를 두고서,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이하여 통치 방식이 변화된 측면도 있지만, 팬데믹 위기를 당 장악력을 높이려는 기회로 적극 활용한 측면을 동시적으로 탐색한다.
Ⅳ장은 식량을 살핀다. 먼저, 김정은이 집권한 지난 십 년의 경제정책을 준비기(2012~2015년), 도약기(2016~2019년), 재정비기(2020년~)로 구분하여 평가하는데, 특히 북한주민들의 식량과 직접 연관되는 농업정책을 중심으로 논한다. 전반적 지표 분석을 통하여 2016~2017년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은 북한경제가 국경전면봉쇄마저 겹치면서 더욱 악화되었음을 확인하는 동시에, 지역별 물가 분석을 통하여 계층/지역에 따라 북한주민들 간의 경제적 불평등의 격차 또한 발생했음을 밝힌다.
Ⅴ장에서는 교육을 살핀다. Ⅳ장의 북한경제 분석과 유사하게 코로나19 이전의 김정은 정권의 교육정책부터 조망한다. 비상방역체계가 실시된 지 얼마 안 된 2020년 4월 ｢원격교육법｣이 제정되고, 학교 현장에서 신속하게 원격교육이 시행되었다는 사실은 북한이 코로나19 위기를 원격교육확대의 기회로 삼았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존재해온 평양-지방, 도시-촌락 간의 경제‧사회‧문화적 격차와 연동된 교육의 격차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면서 촌락 지역을 중심으로 교육불평등이 심화되었다는 점에서 기회뿐만 아니라 위기의 측면도 여전히 긴밀히 연관되었음을 밝힌다.
결론인 Ⅶ장에서는 연구내용을 정리‧평가하고, 남북관계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을 간략히 논하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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