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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이후 통합방안: 민족주의와 편익을 넘어선 통일담론의 모색

상세내역
저자 이상신, 박종철, 윤광일, 윤지성
소속 및 직함 통일연구원 부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초빙강의교수
발행기관 통일연구원
학술지 연구총서
권호사항 17(4)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1-201
발행 시기 2017년
키워드 #통일국가정체성   #민족주의적 통일담론   #통일편익론   #가치 중심의 통일담론   #북한인식 군집   #통일 이후 통합과정   #이상신   #박종철   #윤광일   #윤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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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남한과 북한은 왜 통일을 해야 할까. ‘같은 한민족이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은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이 연구는 민족주의에 기반을 둔 지금까지의 통일담론이 그 한계에 달했으며, 새로운 통일담론을 모색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고민에서 시작한다. 지금까지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되어 온 것은 민족주의의 가치였다. 즉, 분단과 한국전쟁으로 나누어진 민족 공동체를 하나의 국민국가 정부를 수립하여 다시 회복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족주의에 입각한 통일담론은 그 설득력과호소력을 잃고 있다.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통일이 되어야 할 당위성을 찾는 것은 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적 통일담론 외에도 통일을 통한 경제적 편익을 강조하는 논리가 있었으나 이 또한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높지 않았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민족주의와 통일 편익을 넘어, 공동체적 가치의 지향이라는 관점에서 통일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재점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통일은 단순히 민족의 결합이나 경제적 이익을 위한 것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지향해야 하는 통일은 통일을 통해 개인과 공동체 가치의 균형을 이루고, 사회의 자율성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합의를 촉진하며,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담보하고, 통일 공동체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새롭고 진취적인 가치관의 성립을 돕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이 연구는 설문조사를 통해 수집한 경험적 자료를 통해 통일담론의 현재 상황을 점검하면서, 민족주의와 통일 편익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통일의 가치와 규범을 탐색하려고 한다. 이 연구를 통해 그 숫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통일에 대해 냉담하고 무관심한 이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설득할 수 있는 결과를 도출할 것이다.

통일연구원에서는 통일 이후 통일국가정체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2016년 진행한 바 있다. 2017년에도 유사한 내용과 구조의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이 조사에서는 아래와 같은 주제들로 구성된 설문지를 사용하였다.

- 북한과 통일문제에 대한 인식
- 대북·통일정책 평가
- 한국인의 국가정체성 인식
- 정치사회적 인식

통일의식의 변화, 그리고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의 약화라는 주제로 서술된 2장의 분석 결과를 간략히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통일연구원 및 여러 기관에서 조사한 자료들을 종합하면, 통일의식, 즉 통일이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과 태도는 최근으로 올수록 점차 하락하는 추세이다.

둘째, 이렇게 통일의식이 약화되는 이유는 통일 과정에서 예상되는 막대한 경제적 부담에 대한 부정적 반응과, 기성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젊은 세대에서 통일을 중요한 가치로 보지 않는 풍조가 저변을 넓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통일의식 약화의 좀 더 근본적인 이유는 그 동안 통일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되어오던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이 더 이상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한과 북한이 원래 하나의 민족이었기 때문에 이 민족공동체를 복원해야 한다는 논리는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욱 소구력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통일의식과 북한인식에는 뚜렷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일반적인 상식과는 달리, 보수적인 현실주의적 군집에서 통일의식이 약한 반면, 오히려 통일보다는 협력을 중시한다고 알려진 자유주의적 군집에서통일의식이 상대적으로 더 강했다. 그러나 이는 군집들 간의 비교이며, 전체적으로 통일의식이 약화되고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의 소구력이 약화된다는 경향성에는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다섯째, 최근 북핵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현실주의적 군집이 강화되는 경향성이 발견되고 있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실주의적 군집과 통일의식의 약화 사이에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에, 현실주의적 군집이 커진다는 것은 곧 전체적인 통일의식의 약화를 가져온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이 커질수록 통일의식은 점점 약화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의 경제적 편익을 강조하는 통일편익론의 설득력은 어떠할까. Ⅲ장의 분석결과 통일편익론의 설득력은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에 비해서, 그리고 전쟁위협 제거론에 비해서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를 물었을 때에도 통일편익론은 비중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추세였다. 또, 오히려 통일과정에서의 경제적 부담 때문에 통일이 불필요하다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일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감소하고 있고, 통일이 필요한 이유도 경제적 이득으로 인한 것을 꼽는 국민들이 감소했으며, 통일에 부정적인 이유에서는 경제적인 부담을 드는 국민들이 가장 많다는 점은 통일대박론과 같은 통일편익론이 지난 1년 동안 북한의 안보 위협을 통해 점점 설득력이 떨어지는 주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통일 편익이 우리나라에 별로 도움이 안되며 북한에만 도움이 된다는 인식은 통일편익론이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음을 단적으로 알 수 있다.

Ⅳ장에서는 ‘국가정체성’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새로운 통일담론의 가능성을 모색하였다. 여기에서 중심 질문은 대한민국의 한 개인을 다른 나라 국민과 구분하게 하는 동시에 다른 대한민국의 국민과 공유하고 있는 자기 개념의 속성으로서 사회정체성 곧, 국가정체성(national identity)은 무엇인가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구화와 지역통합 그리고 이주와 다문화주의로 근대적 의미의 국민국가 개념이 해체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 있어서 국가정체성은 어떻게 개념화해야 하는가. 특히, 통일 이후 남북한 주민이 새로운 정치공동체에서 ‘나’가 아닌 ‘우리’로 만드는 바탕이 될 국가정체성은 어떠한 요소로 구성되는가.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Ⅳ장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우선 시민정체성은 예상대로 민족과 공동체 중심의 통일국가상에 대한 선호를 낮추는 반면, 인종정체성은 이를 높이는 것으로 보이며 그 영향력도 시민정체성에 비해 큰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시민정체성은 다른 조건이 같다면, 통일국가가 ‘단일민족국가가 되어야한다’, ‘혈통적 단일성을 훼손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공동체 이익이 개인의 권리보다 중요하다’는 등의 주장에 대한 동의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에서 낮추는 반면에 인종정체성은 이에 대한 동의를 높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시민정체성은 소수집단의 인권을 철저히 보호하는데 동의하거나 공산주의와 사회주의 이념까지 허용하는 제한 없는 사상의 자유에 대한 동의로까지 나아가게 하지는 않으며 북한제도와 북한교과서를 수용하는 관용 태도까지도 동의하게 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시민정체성이 집회나 선전활동의 자유를 허용하는 통일국가상에 대한 지지와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인종정체성은 이를 지지하게 하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현재로서는 시민정체성이 소수집단, 북한제도, 북한교과 모델 분석 결과에서처럼 통일국가정체성의 특정 구성요건에 대한 구체적인 지지로 나아가게 하지는 않고 있다는 추론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통일담론은 민족주의와 통일편익론의 한계를 넘어서 어떤가치를 지향해야 할까. 통일국가의 정체성은 다층성, 복합성, 역동성, 포용성과 개방성을 지녀야 할 것이다. 첫째, 통일국가정체성은 다층적 성격을 지녀야 한다. 통일국가정체성은 열린 민족주의를 지향하는 한편,남북한 주민, 동북아 지역,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가치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통일국가정체성은 시민정체성, 동북아지역 정체성, 보편적 가치의 세계적 정체성이 층층이 존재하는 다층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중정체성에 중첩되는 연결고리와 안전판을 만들어서 다중정체성이 상충되는 것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통일국가정체성은 복합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통일국가정체성은 개인과 공동체의 균형, 사회의 자율성과 국가의 역할, 공동체의 대외관계, 공동체 가치의 보편성과 특수성 등이 결합되는 복합성을 띠어야 한다.

셋째, 통일국가정체성은 역동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통일국가의 정체성은 통일준비단계, 통일협상단계, 통일 이후 통합단계를 거치면서 골격을 갖추고 변화하고 진화할 것이다. 통일국가정체성은 어느 한 시점에 완성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긴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전환되며 변형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더욱이 통일국가정체성은 남한 주민과 북한 주민이 국내환경의 변화, 국제환경의 변화, 위기에 대한 작용과 반작용의 과정을 거쳐서 이루어지는 역동성과 동태성을 지닐 것이다.

넷째, 통일국가정체성은 포용성과 개방성을 띠어야 할 것이다. 통일국가정체성은 계층, 지역, 세대를 아우르는 포용성과 개방성을 지녀야 한다. 통일국가정체성은 분단 기간의 분열과 대립, 상흔을 치유하고 새로운 일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통일국가정체성은 대내적 통합을 지향하면서도 대외적 개방성을 함유해야 대외적으로 설득력을 지닐 것이다.
목차
Ⅰ. 서론 | 이상신
1. 새로운 통일담론의 모색
2. 연구조사방법

Ⅱ. 통일인식의 변화 Ⅰ: 민족주의 통일담론의 쇠퇴 | 이상신
1. 우리에게 통일은 필요한가
2. 민족주의적 통일담론의 쇠퇴
3. 통일의식과 북한인식의 상관관계
4. 소결

Ⅲ. 통일인식의 변화 Ⅱ: 통일편익론의 등장과 한계 | 윤지성
1. 통일의 경제적 필요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2. 통일 편익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3. 통일 비용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4. 통일로 인한 사회적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5. 심층분석
6. 요약 및 결론: 통일편익론의 한계

Ⅳ. 통일인식의 변화 Ⅲ: 가치 기반 통일담론의 가능성 | 윤광일
1. 국가정체성
2. 사회적 거리감과 국가정체성
3. 가치와 정치이데올로기
4. 경험적 분석: 기본가치, 정치이데올로기, 제19대 대통령 선거에서의 선택

Ⅴ. 결론 및 정책적 함의 | 박종철
1. 통일경로와 통일국가정체성의 의미
2. 통일국가정체성 형성의 기본방향
3. 통일국가정체성의 지향점: 민족주의와 편익을 넘어 새로운 가치의 모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