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미국 현지시각)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됨에 따라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대폭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기간 동안 이미 경험했지만, 그의 대외정책은 강대국(dominant power) 간 거래와 미국 국가 이익에 몰입하여 타 국가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강대국 국제정치의 전형이고, 동맹국에도 이를 강요한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운동 기간 중 미북 직거래 협상의 부활, 김정은에 대한 호감 등을 표출했다는 것이고, 우리와의 공조와 무관하게 자신의 대북정책을 추구하거나 강요할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고 있지는 않지만, 그의 복귀를 반길 가능성이 큰데, 이는 사실상 ‘전략적 인내 2.0’의 입장을 취했던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상대하기 쉽고 운신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의 조기 미북협상 전망에는 3가지의 촉진요인과 3가지의 장애요인이 동시에 존재한다. 촉진요인은 이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을 상대해 본 경험과 자신감, 그에 대해 적절한 통제나 조언을 할 수 있는 참모그룹의 부재, 그리고 미북 협상이 지니는 한국에 대한 레버리지의 고려이다. 반면, 장애요인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및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중동 정세 안정 등 대외정책에 있어 우선순위가 높은 다른 쟁점들의 존재,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당시에 형성되었을 불신,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는 북러 밀착의 관성을 들 수 있다. 즉, 트럼프 2기 행정부 기간 동안 미북 채널의 복원 움직임은 분명 있겠지만, 이것이 조기 정상회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북한은 이러한 여건을 고려해 당분간 해리스 승리 시 염두에 두었던 것보다는 낮은 정도의 핵전력 시위를 벌일 것이고, 7차 핵실험을 한다고 해도 초대형 핵탄두보다는 전술핵 능력 확보를 과시하는 형태를 택할 것이다. 또한, 주로 한국을 겨냥한 도발을 지속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긴장 수위를 자신들의 임의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려 할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우리는 동맹을 협력보다는 거래의 관점에서 대하는 파트너를 상대하는 데 있어 여러 한미동맹 이슈의 우선순위를 설정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많이 언급하고 강조한 대상이 방위비 분담과 부담 분담 문제인 만큼, ‘(가칭)확장억제 분담협정’과 같은 형태를 통해 기존보다 파격적인 수준의 분담을 하는 대신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등의 보장 조치를 이끌어내는 것에 주력하는 한편, 미중 전략경쟁에 있어서도 한미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각시키기 위해 우리의 전략적 명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두 가지 문제가 풀릴 경우, 미북 협상의 수위 조절 문제는 북러 밀착과 북-중-러 연대 가능성을 들어 북한핵이 이제는 공통의 위협이 되었다는 논리를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특성상 2기 행정부에서는 자신의 스타일대로 대외정책을 강행 추진할 욕구가 클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러한 의사 전달은 다른 채널보다는 정상 간의 회동이나 협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가능한 조기에 그리고 많은 한미 정상간 만남의 기회를 만들도록 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효과를 거둔다면 주한미군 주둔 규모나 한미 연합훈련 문제는 오히려 쉽게 풀릴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은 한미동맹이나 우리의 통일·대북 정책과 관련해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지만, 우리가 오히려 적극적 사고의 전환을 이룬다면 기회도 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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