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된 미국 민주·공화 양당의 정강정책에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2020년 대선 공약에서 장기 목표로 비핵화를 제시(민주당)하거나 cvid를 대북정책 목표로 제시(공화당)했던 것과 비교하면 무시할 수 없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 주요 정당들이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협상을 통한 북핵폐기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회의론의 배경에는 협상에 소극적인 북한의 태도 이외에, 강대국들 간 세력권 분리 및 글로벌 군비경쟁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중국 등과 핵군비경쟁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경쟁국인 중러의 우방국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미국은 북한 핵문제를 명분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중러를 견제하는 것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북한 역시 미중·미러 관계가 악화되는 국면을 활용하여 중북·러북 관계 강화에 주력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이 북핵 폐기 목표를 포기한 것은 아니겠지만, 비핵화를 최우선 목표로 제시하지 않으면서 군비통제적 접근 혹은 핵군축협상 시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는 아직 현실화되지 않았으나, 혹시 시도된다면 한미일 간에 그리고 한국 국내적으로도 많은 논란을 낳을 수밖에 없는 사안이 될 것이다. 따라서 한국으로서는 비핵화 목표를 일관되게 견지하면서, 관련 대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하여 미국과 북한은 물론 국제사회를 견인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국이 비핵화 이슈를 주도하지 않는다면 협상을 통한 비핵화 회의론이 더욱 확산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긴밀한 한미협력을 통해 북핵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중장적으로는 북한의 대외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는 정치외교적 대안이 긴요하다. 북한과 같은 국가에게 핵무기는 군사적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 무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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