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peace)’는 본질적으로 평화를 위한 개념과 실천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발생하는 패러독스(paradox)를 잉태하고 있다. 국가 및 비국가 등 국제사회의 어떤 행위자도 보편적 가치이자 인류 공동의 목표로 인식되는 평화를 원칙적으로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현실 정치에서는 고귀한 평화의 원칙과 이행이 쉽게 거부되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평화의 패러독스는 평화의 존재론적 가치가 인식론적 실천을 상쇄시키고 평화의 보편적 가치가 현실 세계의 특수한 조건에 의해 배척되는 상호 배제의 문제, 즉 평화라는 개념과 가치 내부에서 발생하는 본질적인 불협화음에 그 역설의 기반을 둔다. 다시 말해, 평화의 보편적인 가치와 원칙을 강조하는 존재론적 당위성은 고도로 확장되는 동시에 평화를 이행하는 실질적인 인식과 행동이 냉혹한 현실에 의해 소외된다면, 평화를 둘러싼 이론과 현실의 비대칭적인 부조화는 점차 악화되고 그 악화되는 괴리는 평화 패러독스의 근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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