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악화일로다. 북한은 남한, 미국과의 관계 개선 노력을 접고 핵·미사일 능력의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고, 남한 정부도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등 남북은 강대강 대치를 지속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남북 간 소통 채널은 모두 끊어졌고, 긴장 완화와 관계 개선의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북한은 작년 12월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 전쟁 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하였다. 이어 김정은 위원장은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근 80년간의 북남관계사에 종지부를 찍고 조선반도에 병존하는 두 개 국가를 인정한 기초우에서 우리 공화국의 대남정책을 새롭게 법화하였다”고 말하며, ‘두 국가’ 기조를 더욱 공고히 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북한은 ‘우리민족끼리’ 등 대남 매체에서 통일 관련 메뉴를 삭제했고, 대남 사업을 관장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했다. 연구자들은 민간단체의 카운터파트였던 민족화해협의회, 민족경제협력연합회 등의 기관도 해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북한 발 ‘두 국가’ 선언은 남한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다. 정부와 북한 전문가들은 북의 의도를 분석하고 향후 행보를 예측하느라 분주하다. 북한의 ‘두 국가’ 선언은 지금껏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해 일해 왔던 민간단체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통일’과 ‘민족’을 앞세웠던 통일운동단체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남측, 북측, 해외 등 3자 구조로 운영되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는 북한의 ‘두 국가’ 선언 이후 향후 활동 기조 및 조직 운영과 관련, 오랜 내부 논의를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5일 기존 조직을 해산하고 자주통일평화연대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활동을 시작하였다. 대북지원과 남북 간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 온 남북협력 민간단체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남북협력사업과 여타 개도국·저개발국에서의 사업은 분명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남북협력 민간단체들은 그들의 활동이 북한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남북 주민의 직접 접촉과 협력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화해를 촉진하며, 결과적으로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고 믿어왔다. 비록 ‘통일’과 ‘민족’을 앞세우지는 않는다 해도 북한은 우리와 함께 평화를 만들어 갈 ‘특별한’ 존재였던 것이다. 그런데 북한이 ‘이제 남과 북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고 선언했다. 지난 30여 년간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 온 민간단체들은 앞으로 어떤 변화를 겪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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