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이호철의 『남녘 사람 북녁 사람』론: ‘한살림 통일론’의 소설적 재현
...체제 건설기의 북한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던 유형으로 선험적인 이념이나 상투적인 관념을 자동인형처럼 반복하는 인물들이다. 그 반면, 호의적인 서술 시각에 의해 긍정적인 대상으로 초점화되는 인물은 한국전쟁 직전에 월남한 전상동 선배에게서 그 원형을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이다. 전상동 선배는 자신의 분명한 중심은 확고하게 유지하면서도 그것에 기계적으로 집착하지 않는
개성과
자유
의지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시종일관 조건 없는 만남과 정분을 강조하는 한살림 통일론은 너무나도 소박 단순하며 느슨하여 하나의 담론으로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체계나 밀도조차도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경험의 직접성’에서 우러나오는 무게와 깊이를 지닌 것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역설의 힘을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