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발신 전화만을 받는 체계이지만, 번호를 알고 있으면 영도전화기 소지자끼리 상호 통화도 가능하다. 한번은 파티에서 장인이 리수용 외무상의 영도전화 번호를 받아 등록해 뒀다가, 호기심에 전화를 걸어본 적이 있었다. 뜻밖에도 리수용이 “경애하는 원수님, 건강하십니까. 외무상 리수용 전화 받습니다”라고 응대했고, 장인이 “수용 동무, 나야. 전일춘이야”라고 답하자 둘이 한바탕 웃은 적이 있다고 했다. _ 311p
장성택은 김정일의 힘을 업고 실권자로 부상했지만, 어디까지나 김 씨가 아닌 장 씨였다. 그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백두혈통’의 줄기 밖에 선 존재였다. 김 씨라는 나무가 더 곧게 자라려면, 곁의 장 씨...
[사회/문화]
...먹고, 잡고 각을 뜨는 일은 자기보고만 하라지 않는가. 이러다 먹고 탈이 나면 뒤 청소까지 시킬 잡도리였다.
이런 더러운 꼴 봤나, 강태걸 그 자식은 입 다문 값으로도 한몫 챙겼는데, 왜 나만 개고생…!
김경식은 그의 심정이 이해되는 듯 짐짓 미안한 내색을 했다.
“어쩌겠소. 제복을 입었으니, 동무 부담이 크오. 좀 더 수고해 주오. 내 다 생각 있으니….”
-p.334
전자는 인정하면 안 되는 사회적 문제였고, 후자는 인정할 수 없는 개인적 문제였다. 그는 모순의 진펄에 빠져 허덕였다. 명확한 대답을 찾으려면 아직도 멀고 험한 가시덤불을 헤쳐야 했고, 아프고 괴로운 운명의 희롱을 허다하게...
[정치/군사]
...우상화에 쏟아부었다. 전국 곳곳에 김일성 연구실과 기념물이 설치되었고, 관리 비용만 전체 예산의 40%를 차지했다.
해방된 한반도에서 소련식 공산주의와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는 정면으로 부딪혔다. 남한에서는 박헌영이 ‘8월 테제’를 발표하며 인민공화국 수립을 외쳤다. 문서의 마지막 구호는 “스탈린 동무 만세”였다. 반면, 미국에서 돌아온 이승만은 공산주의와의 대결을 직감하고 대중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유의 유머와 통찰로 혼란스러운 민심을 잡아갔고, 역사 속 예외적인 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 무렵 북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1946년 2월,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수립되었고, 토지개혁이 단행되었다. 무상몰수·무상분배라는...
[통일/남북관계]
...순영 일행의 신앙심을 더욱 숭고하게 만든다. 박찬일 문학평론가가 해설에서 “선교-순교문학의 금자탑이”이라고 평한 이유이다.
또 하나, 『친애하는 동무들』 속에는 남한 사람, 다시 말해 외부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북한이 있다. “북한의 상황에 관해서이고, 북한의 언어에 관해서이다. 그들의 한숨, 그들의 처지, 그들의 어투, 나아가 북한의 (생소한) 여러 이름, 제도 및 장치들을 리얼하게 보여주었다”고 평가한 박찬일 문학평론가는 “남한의 작가 노은희의 『친애하는 동무들』은 외부자 시점으로 북한 리얼리즘의 외양을 넓혔다”고 말한다.
나라고 어찌 북에 남고 싶갔어요. 하지만 주님의 음성을 어찌 어길 수 있단 말입네까...
[사회/문화]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해방 후 북한 민중이 걸어온 삶의 재구성
2000년 즈음 평양에 선술집이 생기면서부터 평양의 근로자들은 퇴근 후 선술집에서 동료들과 함께 소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곤 한다. 소주를 마시며 직장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기도 하고 자식 자랑을 하기도 한다. 한편 북한 주민들은 보통 서로 동무 또는 동지라고 부르는데, ‘선생’이라고 부르는 직업이 셋 있다. 교사와 의사, 법관으로, 이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는 존경의 마음을 담아 ‘선생’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북한 사람들은 자녀들이 이러한 직업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며 교육에 열심이다.
남한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평소...
[학술논문] 북한의 사회생활 호칭·지칭어 연구
...생활’)에서의 호칭·지칭어만을 대상으로 하되, 호칭·지칭어를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그 형태와 사용 맥락을 분석해 보고, 호칭·지칭어가 조직 내의 상하관계에 따라 실제 사용되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북한의 사회생활에서 쓰이는 호칭·지칭어들의 유형 분석을 통해서는 우리에게 생소한 ‘동무·동지’가 직위, 직종, 성, 이름, 온이름 등과 결합하는 형태와 그 구체적인 사용 맥락에 대해 밝힐 수 있었다. ‘선생(님)’ 유형, 의사친족호칭 유형, 이름 단독 호칭어 유형에서는 남북이 공유하지만 다소 달라진 용법들을 확인하였다. 호칭·지칭어가 조직 내의 상하관계에 따라 실제 사용되는 모습 속에서는...
[학술논문] 1950년대 북한 아동희곡의 주제의식 연구 -『아동문학』을 중심으로
1950년대 아동희곡에서 가장 두드러진 주제 의식은 나태에 대한 훈계와 근면주의다. 해당 작품들중 <산속의 동무들>은 나태가 사악한 자본가에게 종속되어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노예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자본주의 체제를 간접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관념 우화극’ <열두 달의 집>은 ‘묵은해(年)’, ‘새해’, ‘1월’ㆍ‘2월’ 등을의인화하여 시간과 시간 규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아이러니하게도 아동에게 죄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나태와 근면주의에 이어 많이 다뤄지고 있는 주제는 경쟁과 협력의 관계다. 북한은 전후의 폐허를 빨리 복구하고 재건하기 위해 운동을 벌이면서 ‘경쟁’...
[학술논문] 북한 아동잡지(해방 직후~1960년대)의 서지 사항과 시각 이미지 연구
이 글은 해방 직후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 북한에서 발행된 아동잡지의 서지 사항과 표지 이미지를 고찰한 것이다. 북한의 아동잡지는 1946년 1월 창간된『어린동무』를 시작으로,『아동문학』 ․ 『소년단』 ․ 『우리동무』가 1940년대 후반 발행되었으며, 1960년 4월 유치원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 잡지 『꽃봉오리』가 창간되었다. 이중 『아동문학』은 최장수 아동잡지로 면수도 가장 많고, 가격도 높았다. 발행 부수가 많은 잡지는 『소년단』으로 김일성의 교시와 소년단의 규율에 대한 내용들로 이루어졌으며, 『우리동무』와 『꽃봉오리』는 전체 컬러 이미지로 이루어진 그림 잡지다. 북한의 아동잡지는 창간 초기와 달리 ‘아동문화사 사건’ 이후 당과 정권이 요구하는 교육이념과 정책을 전달하는 데 활용되었다...
[학술논문] 영화 가족의 나라를 통해 본 조선적 재일조선인의 현실
...그 가족의 관계를 탐색했다. 그 과정에서 귀국자 성호의 경험은 리에의 시선을 통해 규정되면서 그의 주체적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한계를 보였다. 성호는 억압적인 북한 체제의 피해자라는 일반화 속에서 그의 현실을 초래한 가해 측에 대한 비난과 비판, 대립과 갈등을 강화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그러나 영화는 리에의 시선을 변화시키는 서사적 장치를 마련하고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성호와 리에, 양 동무와 조총련 관계자들, 리에의 부모를 각각 조명해서 개인들의 복합적인 처지와 내적 갈등을 조명하려 노력했다. 결과적으로 영화 가족의 나라는 북한 주민, 북한 귀국자, 조선적 재일조선인의 가해와 피해에 기반한 갈등과 대립을 심화하기보다는 인물들 각각의 경험을 조명함으로써 입체적인 논의를 위한 장을 마련했다.
[학술논문] 『조선문학』(1970∼1979)에 게재된 1970년대 북한문학의 대표 단편소설 연구: 사회주의적 이상과 비판적 현실 인식을 중심으로
...단편소설 연구를 목적으로 한다. 1970년대 북한문학이 ‘주체문학의 전성기’로서 일종의 ‘장편소설의 시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구의 사각지대에 해당하는 단편소설 연구는 필요불가결하다고 판단된다. 본고에서는 1970년대 단편소설들 중에서 최학수의 「해빛 밝은 나라」, 성혜랑의 「혁명전위」, 정창윤의 「혁명소조원 김동무」, 김홍무의 「시대의 흐름속에서」, 리종렬의 「해빛을 안고 온 청년」 등 북한문학사에서 공식적으로 고평되고 있는 작품들을 분석한다. 뿐만 아니라 백남룡의 등단작인 「복무자들」과 남대현의 초기작인 「용해장의 젊은이」 등의 작품을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백남룡과 남대현은 1970년대 등단한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북한 문학의 대가로 호명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