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것이라는 두려움 또한 커져 간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 이 위기의 시대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 것일까. 무엇보다 이 위기의 근원은 무엇이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 전쟁의 기억과 분단의 미래』는 전쟁의 기억을 되살리고 평화를 향한 길을 다듬기 위한 디딤돌이 될 책이다. 이 책은 『한국전쟁의 기원』으로 한국전쟁과 한국 근현대사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꿨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석좌교수가 새로운 사료를 반영하고 아주 쉬운 필치로 써내려 간 역작이다.
저자는 한국전쟁의 발단과 전개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터 ‘저항세력’과 ‘부역세력’...
[통일/남북관계]
...(49쪽)
맵시가 나지 않는 폴리에스테르 정장, 코가 뾰족한 키높이 구두, 심술궂어 보이는 커다란 선글라스, 오만하게 내민 입술, 버릇없이 튀어나온 배에 언제나 불쾌한 표정을 지은 채 서 있는 그가 만약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나를 여기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것일 것이다. 브루스 커밍스가 그의 저서 『김정일 코드』에서 묘사한 김정일의 모습이다.
자신을 제외한 전체 인민을 자신에게 열광하도록 조작해놓고, 정작 자신은 싫증나고 심심한 황제 네로처럼 냉소적인 표정을 짓고 있는 이중인격자 김정일은 1998년 국방위원장에 재취임하는 것을 계기로 새로운 슬로건을 내건다. ‘강성대국 건설’이 그것이다.(102쪽)
[사회/문화]
해방 이후부터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 격동의 혁명기를 북조선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살핀 역사서다. 브루스 커밍스의 제자이기도 한 역사학자 김수지는 이 시기를 국가 형성의 관점에서만 조명해 왔던 기존의 역사 서술에서 탈피해 평범한 농민, 노동자,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어떻게 사회주의적 근대성을 경험했는지 살핀다. 문맹퇴치 운동의 결실로 이제 막 한글을 깨우친 사람들이 서툰 글씨로 생생히 기록한 지방인민위원회 회의록, 당과 사회단체에 가입하기 위해 제출한 이력서와 자서전, 출소 장기수 정치범들에 대한 저자의 직접 인터뷰, 그리고 여성 사회주의 정치인이나 여성 빨치산 전사들이 남긴 구술 기록에 대한 촘촘한 분석를 통해 북조선에서 전개된 사회혁명은 이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비쳤고, 이들이 사회주의혁명이라는 거대한...
[학술논문] 탈식민과 냉전, 제3세계의 주체성―브루스 커밍스의 『한국전쟁의 기원』(1, 2권)을 재평가하며
제3세계의 탈식민과 냉전의 관계라는 측면에 초점을 두고 Bruce Cumings의 저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재평가하였다. Cumings는 한국전쟁사 서술에서 해방직후 탈식민을 추구해가는 한국 내부의 정치적, 사회적 동향을 강조하였다. 그는 탈식민을 추구하는 한국인의 혁명적 민족주의와 미국의 반혁명 정책의 충돌에서 한국전쟁의 기원을 찾고 있다. 따라서 최근 연구들과 비교해보아도 탈식민과 냉전의 관계를 선구적으로, 또한 집중적으로 분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커밍스는 미국의 대한정책을 다룰 때에는 미국 내부의 다양성을 많이 강조하지만, 한국인 내부의 다양성은 그다지 강조하지 않는다. 또한 그는 한국인 리더쉽과 정당, 사회단체에 대해 별로 강조하지 않고, 때로는 부정확하게 서술하는 부분이 있다. 따라서 한국인을
[학술논문] 루이제 린저의 동양 호기심과 ‘밝은 독재’ 국가 북한, 그리고 윤이상
...아니라 서구 문명의 대안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사유의 장으로 활용함으로써, 오리엔탈리즘이 내포하고 있는 동양에 대한 서양의 우위성을 역으로 뒤집었다. 린저가 북한을 여행하면서 본 것은 실재하는 북한 사회라기보다는 그가 북한을 통해 보고자 원했던 그 자신이 꿈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였다. 린저는 북한의 전체주의적인 성격과 비억압성을 함께 목도하면서, 그 모순성을 ‘밝은 독재’라는 은유적인 단어로 표현했다. 북한의 인민들은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지도자 김일성이라는 초자아 속에서 자기검열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보았으며, 여기에는 유교적 전통이 작동하고 있다고 이해하였다. 이러한 이해 방식은 스즈키 마사유키의 수령제 사회주의론과 브루스 커밍스의 사회주의적 조합주의 국가론과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