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내재적 발전론의 네트워크, ‘민족적 책임’의 경계 가지무라 히데키와 그의 시대, 1955-1989
이 논문은 내재적 발전론의 형성과 전개를 동아시아 진보진영의 네트워크(1955-1989)에서 고찰한다. 내재적 발전론은 1960-70년대에 형성되었지만, 1980년대에도 한국사 인식의 주요한 방법론으로 활용되었다. 가지무라 히데키는 그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일본의 한국사 연구자이다. 그는 1960년대에 북한의 역사학을 일본에 소개하였고, 한일회담 반대 투쟁에 관여하였으며, 남한의 민주화 운동을 지원했다. 한일회담을 일본의 식민지 재침략 시도로 규정한 그는 일본인으로서 ‘민족적 책임론’을 일관되게 제기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에 한국과 일본의 지적 기반은 다르고 연구 관점의 차이가 존재하였다. 가지무라의 역사학이 한국에 적극 수용되는 동안, 일본에서는 그 현실 분석력이 의심을 받고
[학술논문] 백석·동화시·『집게네 네 형제』: 남북한에서의 생산·독해·정전화 문제를 중심으로
...배제되거나 포용되었는가를 밝히고자 한다. 북한에서 ‘도식주의’ 비판이 전개되던 시기, 백석은 오직 사상성과 교양성만 강조하는 권력과 이념 지향의 문인들에 맞서, 언어의 순수성과 시의 음율성을 일관되게 내세웠다. 또한 이상적 사회주의의 건설을 위해 인민의 언어와 생활, 문화에 초점을 맞춰야 함도 잊지 않았다. 그는 이 과정에서 인민들의 연대와 헌신을 높이 사는 한편 부유층의 횡포와착취, 그리고 인민의 소극적 행동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집게네 네 형제』를 출간했다. 북한의 문단 권력은 이 시집에 대한 높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후 발표된 백석의 동시들과 시집들에 대해서는 사상성과 계급성이 부족하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 결과 백석은 ‘현지 파견’의 형식으로 깊은 오지...
[학술논문] 연극인 박영호의 해방 이후: 희곡 <겨레>를 중심으로
...작품이다. 이 작품은 혁명가가 아닌 그의 아내를 중심으로 한 여성 3대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동시대 이념극과 차별화된다. 작가는 다른 신념을 가진 여성인물 간 의 대립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며, 전환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서로 다른 선택에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결말부에서는 팔로군(八路軍)을 등장시켜 민족반역자를 배제한 이후 사회주의 이념에 입각한 국제적인 인민의 연대를 제안하고 있다. 곧 <겨레>는 해방 후 박영호의 연극관이 전면화된 작품이자 조선연극동맹의 지향점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박영호의 혁명적 리얼리즘은 남한에서는 급진적 사회주의 사상으로, 북한에서는 무사상적, 퇴폐적인 자연주의라 비판받았고, 결과적으로 작가는 자신의 연극관이 남과 북에서 두 번 부정당하는 광경을 목도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