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박헌영이 ‘8월 테제’를 발표하며 인민공화국 수립을 외쳤다. 문서의 마지막 구호는 “스탈린 동무 만세”였다. 반면, 미국에서 돌아온 이승만은 공산주의와의 대결을 직감하고 대중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는 특유의 유머와 통찰로 혼란스러운 민심을 잡아갔고, 역사 속 예외적인 개인으로 평가받는다.
그 무렵 북한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1946년 2월,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수립되었고, 토지개혁이 단행되었다. 무상몰수·무상분배라는 이름 아래 지주들은 하루아침에 땅을 빼앗겼고, 많은 이들이 학살당하거나 추방되었다. 이 시기부터 주민들이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남과 북의 분단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정치/군사]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선임연구원 정병일의 『북조선 체제성립과 연안파 역할』. 연안파의 정치ㆍ군사적 궤적을 통해 북한의 초기 국가건설에 준 영향력을 역사적으로 재조명한다. 연안파에 대한 분절적 연구를 지양하면서 태동에서부터 1956년 북한종파사건으로 몰락하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정치ㆍ군사적 활동을 재구성하고 있다. 아울러 해방 시기 동북지역에서 조선의용군이 항일연군 간 결합으로 갖는 성격을 중국공산당과의 관계를 통해 비교 분석한다. 저자가 서강대학교에 제출한 박사학위 논문 《북한의 초기 국가건설과 연안파 역할》을 수정ㆍ보완한 것이다.
[사회/문화]
...나아가 오늘날 해방 전후와 혁명을 기억하는 남성들의 내러티브와 여성들의 내러티브에서 나타나는 차이에 주목하며, 남성들의 개인사는 어떻게 민족사의 내러티브와 굳건하게 결합할 수 있었는지, 반면 여성들의 개인사는 왜 민족사의 내러티브와 결합하지 못한 채 주변부 여성사로 밀려나 있게 되었는지 살핀다.
해방 공간에 대한 섬세한 관점과 분석을 기반으로 북조선 평범한 사람들의 사회혁명에 대한 기억과 열망을 보여 주는 이 책은, 북조선을 악마화하거나 타자화하지 않고, 북조선 체제를 그 자체로 바라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북조선 혁명 당시 평범한 사람들이 품었던 이상과 오늘날 북조선의 현상태를 비교하며, 새로운 관점에서 북조선 역사를 비판적으로 고찰할 기회가 될 것이다.
[사회/문화]
...것이다. 하지만 소련 국방성 고문서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채 역사의 뒤안길에 잠들어 있다. 박길용 전 북한 외무성 부상(모스크바 동방학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정치학 박사)과 강상호 전 북한 내무성 정치국장 겸 제1부상 등은 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1945년 8월부터 1954년 초까지 북한에 파견된 고려인은 500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15쪽)
그들은 모두 입북 전 소련군으로부터 ‘북조선에 들어가 붉은 군대의 건국사업을 도우라’는 교육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은 북한에 파견되기 이전에 전설의 ‘김일성 장군’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고, 김일성을 북조선의 지도자로 추대하라는 미션을 받은 것은 입북 시기에 따라 달랐다. 1945년...
[사회/문화]
...3대를 중심으로 현대 북한의 역사를 유려하게 엮은 책이다. 동북아 근현대사 분야의 석학이자, 한일관계의 전면에서 시민운동가로 활동해온 실천적 지식인 와다 하루끼가 30년 동안 연구해온 북한사를 집대성하였다. 저자는 조선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 이론지《근로자》, 북한 공식자료 분석 및 소련 및 동유럽 체제와의 비교 연구, 지도자의 계열과 파벌 및 인사이동에 대한 주목 등을 통해 균형잡힌 역사인식과 서술을 바탕으로 변화해가는 북한의 현재를 인식할 틀을 제공해주고 있다.
김일성 시대 북한의 체제를 ‘유격대국가’로 정의하고 그 체제가 김정일에 이르러 ‘정규군국가’로 이행했다는 분석으로 북한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지평을 연 저자는,...
[학술논문] 황건의 「불타는 섬」 재론-황건의 「불타는 섬」의 창작과 변용에 관한 연구-
...1950년대 영웅주의나 대중적 영웅주의를 반영한 성과작으로 불렸는데, 유일사상체계가 구축된 후에는 김일성을 정점으로 한 북조선 체제를 대변하는 대표작으로 호명되었다. 더 나아가 2000년대에는 1950년대 초반의 평가와 달리 ‘작가의 대표적 단편소설’ 혹은 ‘전시 소설문학의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작’으로 상찬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김정일 시대엔 ‘김정일의 선군 정치’와 김정은 시대엔 ‘김정은의 선군혁명영도’와 결합하는데, ‘국제 관계 동학’의 압력 아래에서 김정일이나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북조선 체제의 목소리, 즉 체제 결속이나 체제 수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호명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두 남녀의...
[학술논문] 재일조선인의 평양 체험 -유미리, 『평양의 여름휴가-내가 본 북조선』과 양영희, 『가족의 나라』를 중심으로-
본고는 재일조선인의 평양 체험을 다루고 있는 유미리의 에세이집, 『평양의 여름휴가-내가 본 북조선』(2011)과 양영희의 논픽션, 『가족의 나라』(2012)를 고찰함으로써, 지금까지 ‘남한-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재일조선인의 ‘모국체험 서사’의 범위를 확장하고, 또 하나의 조국 공간으로서 ‘북한-평양’의 복합적 의미망을 점검하고 있다. 세 번의 방북 체험에서 유미리는 작가로서 자신의 ‘비판적 위치성’을 견지하는 가운데, 구체적인 사람과 자연 정경을 대면하고 응시하는 귀향의 과정을 통해 ‘마음이 조국에 뿌리를 내리고’ 있음을 경험한다. 지리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분할된 조국의 이방인으로서...
[학술논문] 북한 체제형성기 농업수리화 정책에 관한 고찰
... 용수를 공급받는 논)에 대해 80% 이상을 수리불안전답(천수답으로 비에 의한 논)으로 규정했으나, 전체 몽리면적(이하 수혜면적)의 47%가 북한지역에 있었다는 점에서 남한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에서 시작되었다. 북한의 농업수리화는 1945년 12월 북조선 농림국포고령, 1946년 토지개혁실시와 결산을 통해 수리시설 관리와 수리시설 확장으로 이어졌다. 북한은 몰수한 토지의 수리시설 일체를 인민위원회로 귀속시키는 한편 토지개간법령을 제정해 부족한 농지를 확대하는 사업을 장려했다. 1947년부터는 당면과제로 관개면적 확장을 위한 수리화를 시작으로 1950년까지 약 37억 4,703만원의 예산을 배정하는 등 논 관개면적 확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북한은 6.25전쟁이후 전후복구를 위한 3개년계획과 제1차 5개년계획을...
[학술논문] 한설야, ‘문예총’ 그리고 항일무장투쟁사
...주변부의 역사에 머물렀던 항일무장투쟁사를 중심으로 한 북조선 역사의 전체적 지형도를 형상화하려는 한설야의 욕망이 작용했던 것이었다. 또한 그가 작품에서 묘사했던 항일무장투쟁의 길이란 ‘휘황한 새 아침’이나 ‘새 희망의 빛’, ‘거룩한 광명’으로 표현된 이상적인 것이었다. 항일무장투쟁을 다룬 그의 대표작은 이러한 이상적인 시공간에서 펼쳐진 것이 북쪽의 역사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이는 한반도 남쪽 중심의 역사에서 가려졌던 한반도 북쪽의 역사, 즉 휘황한 ‘새 조국’, 북조선 중심의 역사를 그리려 했고, 더 나아가 조선 시대 변방이었던 함흥과 연계된 압록강과 두만강 지역 중심의 역사, 즉 식민지 시대 주변부의 역사에 불과했던...
[학술논문] 상상의 자주적 통일 민족국가; 북조선, 1948년 체제 - 북조선기행기와 민족주의 문화지식인의 동향을 중심으로
... 자주적 통일 민족국가건설의 정당성과 그 비전을 뒷받침하는데 기여했다. 자주적 통일민족국가의 비전 발견(김동석), 문화적 이상국가(서광제), 동아시아 질서재편의 전략적 거점으로서의 북조선(온락중) 등 북조선의 현실을 직접 확인하고 자기화하는 방식은 다소 다르게 나타나나, 대체로 북조선의 혁명적인 민주주의개혁에 대한 찬사․동경과 함께 그 제도로서의 민주주의의 성취를 철저한 민족의 관점으로 접근해 자주적 통일의 자양분, 교두보로 인식․배치하는 태도를 공유하고 있었다. 치열한 계급투쟁의 폭력적 과정을 통해 탄생하는 국민국가형성을 과도하게 민족주의적으로 전유함으로써 자신들의 비전을 스스로 제약하는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이들의 비전은 당시 외세에 의해 부과된 또는 이에 편승해 획책된 단선단정에 의한 분단정부 수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