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속수무책이었다. 이후 9월 9일, 미군이 서울에 도착해 일본군 항복식을 열며 남쪽에는 성조기가 걸렸다. 한반도의 운명은 남과 북으로 갈라지는 길 위에 놓였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오해하듯 북한이 ‘친일 청산’을 완전히 해낸 것은 아니었다. 북한 정권 내부에도 일본군이나 헌병 보조원 출신 인물들이 요직에 올랐다. 홍명희, 김달삼, 김영주 같은 인물들이 대표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과거는 문제 삼지 않았고, 오히려 친일파 논쟁은 남한에 집중되었다. 북한은 소련의 막대한 지원금을 경제 발전이 아닌 김일성 우상화에 쏟아부었다. 전국 곳곳에 김일성 연구실과 기념물이 설치되었고, 관리 비용만 전체 예산의 40%를 차지했다.
해방된 한반도에서 소련식...
[정치/군사]
...수호하는 민족주의 전쟁과 달리, ‘프롤레타리아 국제주의’ 정신을 발휘하여 미 제국주의로부터 ‘계급의 형제’인 북한을 돕는 ‘국경 밖’의 전쟁이었다. 이러한 항미원조의 특수성으로 인해, 전쟁의 비극을 극대화하고 전투원 인민지원군의 전의를 고무하고 격려하는 ‘타자’의 역할, 즉 전쟁의 수난자는 ‘중국/여성’이 아닌 ‘북한/여성’이 담당했다. 이에 따라 항미원조 문예 속 북한은 대부분 유일한 ‘보호자/남성’인 중국 지원군과 그들의 보호 아래 살아가는 북한 여성과 아동으로...
[통일/남북관계]
...규범을 지향하는 의식의 뿌리는 근대 초의 어문정리운동에 닿아 있다. ‘민족어가 우리 민족어의 얼’이라는 어문민족주의적 믿음에서 시작한 어문정리운동에서, 단일한 규범을 정립하는 일은 곧 민족정신을 통일하고 바로 세우는 일이었다. 남북이 각각의 ‘민족어’를 구축한 상황은, 어문민족주의의 논리구조 안에서 남북이 같은 민족어를 공유하는 같은 민족이라는 엄연한 사실과 모순될 수밖에 없었다. 남북의 언어정책이 어문민족주의를 공유하면서도 어문민족주의 논리와 충돌하게 된 이 모순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이 방안을 모색하는 첫걸음은 어문민족주의가 남북의 언어정책에 작용해 온 역사를 반성적으로 회고하는 일일 것이다. 회고 과정에서 “민족어란 무엇인가?”...
[정치/군사]
... 남으로 내려온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도산 안창호의 후예들로 해방 이후 백만명, 전쟁 시기 수십만 명의 인원이 남하하여 반공 민족주의, 근대화 세력, 반독재 투쟁 세력이 되어 대한민국의 소금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였다.
구사일생. 대한민국의 생존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었다. 만주사변, 중일전쟁 이후 15년간의 전쟁기간 동안 물자와 인력의 대거 징발로 한반도는 매우 피폐해졌고, 더욱이 남한은 농업중심지로 전력과 대규모 공업시설은 북한에 집중되어 해방시기에 극심한 혼란과 고통을 겪었다.
소련 점령군의 지령을 받은 남로당의 선전·선동, 격렬한 폭동과 대규모 게릴라침투에도, 신생국가 대한민국은 1950년에 쌀을 수출할 정도의 농업력 회복과 재정안정, 토지개혁에...
[사회/문화]
...민족을 단위로 생각하는 통일론에 대한 믿음이 많이 옅어졌다. 또한 과거 독재정권의 유산으로 인해, 민족과 국가 같은 거대한, 우리가 속한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회의도 많다. 그렇지만 통일은 여전히 민족의 큰 문제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물론, 민족 중심의 통일관을 다시 제기하지만, 과거의 논의와는 한 차원 다르다. 지금까지 민족주의 통일론은 우리나라가 약소국의 지위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편으로 고려되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는 세계열강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또는 능가하는 통일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大한민국’의 비전으로 명명했다. 아직 경제와 사회문화만큼 정치 영역이 발전하지 못해 뜻있는 국민들의 피땀눈물이 필요하겠지만, 우리 민족의 큰 미래는...
[학술논문] ‘동해’를 통해 본 생태주의의 제문제 - 북한의 문학예술작품 『동해천리』와『동해의 노래』에 대한 생태학적 고찰 -
...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예술작품(『동해천리』와『동해의 노래』)에서는 이러한 상황과는 반대되게 사회주의 근대국가에 대한 낭만적 재현, 민족주의적인 공간 표상의 생태학적 분할, 근대과학기술주의와 결합된 민족자립경제의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연계되어 에코파시즘적 경향을 노출하고 있다. 앞으로 문화로서의 남북한 생태주의에 대한 논의가 요구된다.
[학술논문] 주체사상과 민족주의 - 북한사회 통치이념의 항상성과 변용성
이 글은 북한의 통치이념인 주체사상과 민족주의가 어떻게 형성되었고, 지배체제의 유지를 위해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 주체사상은 북한통치이념의 기반을 이루는 항상성으로서, 그리고 민족주의는 체제유지를 위해 대내외적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변용성으로 규정하였다. 그리하여 북한 통치체제의성립과 유지, 승계의 과정에서 주체사상과 민족주의가 권력을 정당화했던 논리체계를 규명해 보았다. 그 결과, 주체사상의 특징은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강조하는 ‘북한식 사회주의’이며, 반(反)제국주의와 수령의 개인숭배를 중심으로 하는 유일사상이고, 민족문화의 전통성을 선별적으로 활용한 인간개조 사상이었다. 그리고 북한사회가 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주체사상에 내포된 민족주의가 확장되고 표면화됨으로써...
[학술논문] 환동해 재난 서사와 민족주의-2000년대 재난 소설과 영화를 중심으로-
이 글은 환동해지역의 재난 서사와 민족주의의 관계를 중심으로 문화 속에서 재난의 정치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고찰했다. 환동해지역은 국가 단위의 문화연구를 극복하기 위한 개념이다. 분석 대상은 환동해지역의 장소성을 보여주는 재난 서사로서, <해운대>(한국, 영화, 2009), <일본침몰>(일본, 영화, 2006), <시베리아 모나무르>(러시아, 영화, 2011), 『대홍수』(중국, 소설, 2006), 『라남의 열풍』(북한, 소설, 2004) 등을 분석했다. 중국 동북3성을 배경으로 하는 『대홍수』와 북한의 『라남의 열풍』에서는 근대적 유형의 민족주의 담론이 여전히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 반면, 한국 <해운대>와 일본의 <일본침몰>은 이러한 경향으로 탈피하여...
[학술논문] 정대세의 눈물 읽기: 블로그(Blog)를 통해 본 그 의미 해석
...한 개념이다. 이들은 정대세의 눈물을 통해 한민족의 공동체성을 회복하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세 번째, 불편한 이데올로기의 눈물이다. 이는 정대세의 눈물이 북한정체성을 대변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대세가 재일 조선학교를 다니면서 이념화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그의 눈물에 감격하고 감동하는 한국 내 정서에 대해 비판한다. 네 번째, 순수한 감격의 눈물이다. 이들에게 정대세의 눈물은 월드컵에 참여한 감격에서 비롯된 것이며 축구선수로서 오랜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에 흘러나온 감격의 눈물일 뿐이다. 이는 정대세의 눈물을 스포츠의 영역 밖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해석의 차이는 정대세의 정체성을 민족주의로 보느냐 아니면 국가주의로 보느냐에 따라 그 경계를 달리하고 있다.
[학술논문] 가지무라 히데키(梶村秀樹)의 한국 자본주의론 내재적 발전론으로서의 '종속 발전'론
...자본주의를 설명하는 가지무라의 핵심개념인 '종속 발전'론이 외압을 중시하고 민중에 주목하는 그의 내재적 발전론의 문제의식 위에 서 있음을 밝히고자 했다. 가지무라는 1960년대 남한의 독점재벌이 예속적인 동시에 민족적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그리고 이를 박정희 정권의 '민족주의'와 관련지어 설명하고, 나아가 박 정권의 근대화 노선을 한국의 대중이 지지하는 현상에 주목하였다. 북한에 대해서도 김일성의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론'과 반대파의 '국제분업론'이 대립하는 과정에서 대중의 의식이 전자를 지지함으로써 김일성이 권력 투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으로 분석하였다. 1970년대 한국 자본주의의 현상을 '종속 발전'으로 개념화한 가지무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