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1980년대까지 남한영화에서 전쟁영화라는 장르는 반공영화라는 ‘상위 장르’에 포함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반공영화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학문적 엄밀성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반공성은 전쟁영화, 액션영화, 스릴러 영화, 문예 영화를 불문하고 많은 장르영화 속에 각인되어 나타났다. 특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는 남한과 북한이 적과 아로 나뉘어 전면전을 벌였던 역사적 경험을 소재로 했기에 반공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르였다.
p105 전쟁영화는 고유한 장르적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남성성이 재현되는 방식도 오랜 장르적 공식과 관습의 전통 속에서 걸러진 장르영화 고유의 틀을 갖고 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전쟁영화 속 남성을...
[사회/문화]
...좌우하고, 침식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린다.
「이름 석 자로 불리던 날」은 형제복지원 실화를 바탕으로, 이름이 아닌 숫자로 취급되던 한 청년의 죽음을 그린다. 부랑자라는 명목 아래 갇히고 학대당한 이들의 삶은, 국가가 법의 이름으로 자행한 폭력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해 봄을 돌이키는 방법에 대해」는 1971년 대선을 배경으로 한 영화 〈킹 메이커〉 관람을 계기로 주인공이 청춘 시절의 연애와 시대의 격랑 속에서 겪은 선택과 후회를 되돌아보는 이야기이다. 개인의 사랑과 현실적 한계, 정치적 기억이 교차하며,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흐릿해진 얼굴을 향한 그리움을 담아낸다.
▶ 보통의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만만찮은 현실
「여러 노래가 섞여서」는 고려인...
[사회/문화]
한국영화로 역사적 상처를 극복하는 통일 상상력 읽기
식민·이산·분단·전쟁·탈북 등 한반도의 현대사가 가져 온 역사적 고통을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살펴본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역사적 상흔에 대한 치유의 가능성을 남북의 영화 분석과 한국사회의 수용 양상에 대한 비평을 통해 모색한다.
남북 주민들이 감내한 숱한 역사적 상처들을 직시하거나 어루만진다는 측면에서 사회적 치유로서의 영화 보기, 즉 ‘힐링 시네마(healing cinema)’는 대중문화가 가진 역사적 힘을 잘 보여준다.
‘치유’의 관점에서 분단체제에서 제작된 한국영화를 다시 본다는...
[통일/남북관계]
...통일 안내서』는 통일의 의미와 방안 등 ‘통일론’을 다양한 관점의 풍부한 자료들을 통해 생각해 보는 책이다. 오랫동안 한반도 문제를 취재하고 고민해 온 저자의 안내에 따라 소설과 시, 영화, 인터뷰와 선언문 등에 담긴 통일의 장점과 반대의 근거, 외국의 사례들을 꼼꼼히 비교하며 생각하다 보면 분단 극복과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한반도의 영세 중립화라는 구상도 흥미롭다. 『다음 세대를 위한 통일 안내서』는 통일을 해야 하는 이유로 먼저 분단 비용을 든다. 막대한 군사비나 소모적이고 폭력적인 징병제와 군사문화, 경제 구조적 왜곡도 큰 비용이지만, 나 아니면 적이라며 ‘빨갱이’로 규정하고 처벌해 온 역사, 친일·기회주의...
[정치/군사]
...‘불연속성’이 공존하던 역사적 공간으로 소개한다. 이를 통해 이산가족 이슈가 여전히 민족국가 건설이라는 민족주의적 프로젝트에 동원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다음으로 「탈냉전시대 한국전쟁 영화와 ‘北’의 표상」(박유희)은 탈냉전 시대에 제작되고 개봉된 한국전쟁 영화를 대상으로 그 영화들에 나타난 ‘北’의 표상이 냉전시대와 달라지는 양상과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추이를 고찰하고 그 함의를 밝히고자 하였다. 제2부의 마지막인 「민족어의 통합 통일과 『겨레말큰사전』의 편찬」(홍종선)은 분단 이후의 한국어 실태와 한국어의 통합통일을 위한 문제, 그리고 그 실천 가운데 하나로 『겨레말큰사전』의 남북 공동편찬에 관하여 고찰하고, 민족어로서 한국어의 발전을 위한 과제와 전망을 논의하고...
[학술논문] 신자유주의 시대 남한영화에 재현된 탈북이주민과 그 문화적 함의
이 연구는 탈북 디아스포라영화를 통해 남한에서 탈북이주민이 문화담론으로 생산되는 방식과 그 의미를 보고자 했다. 탈북 디아스포라영화는 탈북이주민을 중심인물로 한 영화로 남한의 사회문화의 변동, 남북관계, 남북한 주민이 상대를 인식하는 정도, 분단과 통일에 대한 대중의 감각이 중층적으로 얽혀있는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적 공세가 거세진 2000년대 제작된 탈북 디아스포라영화는 탈북이주민을 괴물이나 부적응자로 재현하고 있으며 탈북의 정신적 의미를 탐색한다. 이들 영화는 탈북자를 우리 사회 내의 소수자로서 담론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 남북관계가 경색되자 북한을 비우호적 대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탈북이주민을 부담스러운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적 공세와 탈북자의...
[학술논문] 재일조선인의 평양 체험 -유미리, 『평양의 여름휴가-내가 본 북조선』과 양영희, 『가족의 나라』를 중심으로-
...조국 공간으로서 평양을 인식하게 된다. 일본에서 북한으로 귀국한 재일 2세 오빠들의 삶을 영화와 글쓰기를 통해 조명하고 있는 양영희는 사랑하는 가족들이 거주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그들의 중첩된 디아스포라적 삶을 주조한 역사적 공간이자 재일조선인의 경계적 존재성이 탈경계의 가능성으로 탈바꿈하는 양가적 공간으로서 평양의 의미망을 증폭시킨다. 이처럼 재일조선인 작가(감독)의 평양 체험은 또 하나의 조국 공간으로서 ‘북한-평양’의 중층적 의미망, 현재적 맥락을 재구성함으로써 식민과 분단의 역사적 폭력이 배태한 재일조선인의 왜곡된 삶의 형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남북을 아우르는 통합적 조국 공간의 가능태를 제시함으로써 분단 극복의 통일 시대를 지향하는 실천적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
[학술논문] 희극성과 결합한 분단영화의 특징 -1990년대 이후를 중심으로-
... 희극에서 나타나는 해피엔딩의 서사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비극적인 소재인 분단은 일상영역으로 흡수되면서 희극성과 결합하게 되었기 때문에 희비극적인 결말에서 아이러니를 발생시킨다. 휴전 60년이 지난 지금 일상영역에 들어온 분단소재를 영화로 소비하는주체는 분단을 실제로 경험한 세대와 그 자식세대가 아닌, 전쟁 비체험세대가 주를 이루기 때문에 분단의 심각성과 비극성을 체감하는 정도가 다르다. 따라서 분단된 남한에서 태어나고 자란 비체험세대가 ‘분단’을 접근하기 위해 보다 쉽고 가벼운 희극적인 양식을 통하고 있지만, 가치전복적인 코미디를 통해 그 본질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비극성은 아이러니를 일으키며, 일상영역에 속한 분단상황에 대한 재고를 추동한다.
[학술논문] 양영희 영화에 재현된 분단의 경계인으로서 재일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가족의 나라>(2013)는 재일코리안 디아스포라로서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남북한과 일본이라는 국민국가의 틈바구니에 선 재일코리안 디아스포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세 편의 영화는 제주, 오사카, 평양을 횡단하며 구축된 가족의 서사를 질문하는 것을 통해 국민국가가 부과한 경계를 의심하고 ‘가족의 나라’라는 새로운 탈주의 공간을 모색한다. 이 글은 양영희의 영화가 분단으로 한반도에 발생한 두 개의 국민국가가 강력하게 추구하는 통합과 일체감, 조국에 대한 획일적인 교육에 긴장을 일으키고 그것을 이질화시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조정해가는 과정을 추적하였다. 결국 이들 영화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혼종적 정체성에서 재일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미래 정체성을 예견하고 있는데...
[학술논문] 고립된 전사, 경계의 타자 - 탈냉전시대 한국전쟁 영화에 나타난 ‘北’의 표상 -
...스펙터클 면에서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관습의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장르의 답보 내지 퇴행상태에 머물고 있다. 그것은 분단에 대한 문제의식이 깊어지지 못하고 있는 데 큰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기저에는 개인감정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이 자리 잡고 있다. 개인감정은 적을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고 이념과 경계를 무화시키며, 모든 가치에 우선한다. 그래서 기성의 경직된 질서를 깨뜨릴 때는 긍정적으로 작동할 때가 있다. 그러나 최근의 동향에는 분명히 우려할 만하게 과잉되는 점이 있다. 우정, 형제애, 민족애와 같은 감정에 의존하여 문제들을 봉합하여 온 것은 남북문제를 다루는 영화들의 뿌리 깊은 관습이다. 그런데 감정이 행동을 지배할 때 냉철한 판단과 합리적 소통은 설 자리를 잃는다. 게다가 ‘우리’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