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
한겨울, 인민군에게 온통 포위된 설산 한가운데서 홀로 다음 작전을 생각해야 했다. 이제부터는 죽어도 혼자 죽고, 살아도 혼자 살아남는 처지였다. 만약 여기서 내가 죽더라도 아무도 와 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서글퍼졌다. 하지만 포위망을 돌파하려면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새하얀 설산에 몸을 위장하기 위해, 흰색 내의를 제외한 모든 군복은 맹추위 속에도 과감히 벗어 던지기로 했다. 상의를 벗어 놓고 하의를 벗으려는데 발목에 매어 놓은 끈이 꽁꽁 얼어붙어 풀어지지 않았다. 총 개머리판으로 몇 번이나 발목 끈을 내리쳐 보아도 소용없어 어쩔 수 없이 하의만 그대로 입기로 하였다. 두툼한 겨울 장갑도 총의 방아쇠와 노리쇠를 신속하게 당기는 데 좋지 않아 벗어 던졌다. 철모 역시 신분의 혼동을 주고 민첩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