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다가왔다. 박헌영과 김단야는 모스크바로 유학을 떠났고, 여운형과 김원봉 같은 독립운동가들까지 공산주의 사상에 매료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꿈꿨던 이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현실의 공산주의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워버리고, 일당 독재와 억압으로 변질되어 갔다.
한국에서 공산주의는 단순한 이념이 아니라 민족 저항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졌다.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는 무기로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근대적 사상이 아니라 외세에 대한 적개심과 원한에서 비롯된 퇴행적 성격이 강했다. 1919년 3.1운동 직후, 조선과 만주, 중국에는 무려 아홉 개의 공산주의 단체가 생겨났고, 지식인들은 공산주의를 이상향으로 바라보았다. 상해파, 이르쿠츠파, 고려공산당, 화요회, 북성회 같은 조직들이 속속 결성되며 사회...
[정치/군사]
... 내 땅과 집을 가지게 되었으며, 가난 때문에 지주에게 팔려갔던 동생이 학교에 다니고 공장에서 일하게 되는 등 구중국과는 확연히 달라진 삶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국경 너머 조선이 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참혹하게 파괴된 모습을 보며, 그들은 다시 위기감에 사로잡힌다. 이러한 위기감을 고조시키는 요소는 과거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역사다. 일본이 조선을 침략하고 중국을 유린했던 기억은 미 제국주의가 일제와 같은 방식으로 조선을 거쳐 중국을 공격할 것이라는 공포로 이어졌다. 이러한 역사의 교훈이야말로, 농민 출신 지원군들이 조선 인민을 위해 싸워야 하는 이유가 된다. 108-109
[통일/남북관계]
...‘조국통일의 진로’에서 국민주권과 헌법을 유린한 신을사오적의 사대매국범죄의 진상을 규명하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의 공과를 엄정하게 밝히고 있다.
지난 세기 외세에 의한 식민과 분단은 우리 민족을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불행에 빠뜨린 국난이며 이에 기생한 사대매국노들의 내란반란의 근원이다. 우리 민족이 겪은 지난 한 세기 1910년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주권 침탈과 1945년 외세에 의한 분단의 역사를 반영하여 대한민국 헌법은 전문에서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 조국의 민주개혁과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정치/군사]
2023년 1월 최종현학술원은 「한미일중 100년」 컨퍼런스에서 1876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조약인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 체결 이후부터 최근까지 한미일중 관계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심층적으로 논의하였다. 지난 100여 년의 역사를 크게 일본 제국주의 시기, 미소 냉전 시기, 냉전의 이완과 해체 시기, 탈냉전과 중국의 부상 시기로 나누어 학자, 외교관, 언론인 등 42명의 전문가가 발표하고 토론한 내용을 두 권의 책으로 출간하였다. 그중 1권 『한미일중 100년 Ⅰ: 일본 제국주의와 냉전(1870-1970)』은 일본 제국주의 시기부터 냉전으로 세계가 양극화된 시기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의 변화와 흐름을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 속에서 다각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학술논문] 사할린한인 귀환문제에 대한 전후 일본정부의 대응
패전 후 일본정부는 외교권이 박탈됨에 따라 구 일본제국 내 일본인·비일본인의 송환은 미소 점령당국이 담당하게 되었다. 이에 소련이 일체의 외교교섭을 거부한 가운데 일본정부는 연합국총사령부를 통해 1946년 12월 ‘미소간 협정’을 이끌어 냄으로써 억류 일본인의 국내 귀환을 실현시켰다. 그리고 외교권을 되찾은 1950년대 중반에는 ‘일소공동선언’을 통해 잔류 포로, 한인과 결혼한 일본인 여성 및 가족의 귀환이 실현됨으로써 해묵은 억류자 귀환문제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상기 2번의 귀환교섭 과정에서 한인의 귀환은 여전히 미제 사안으로 남게 되었다. 이것은 국적 등의 명분으로 포장된 혈통에 따른 차별적인 귀환교섭, 그리고 재일동포와 사할린 한인 등 1952년...
[학술논문] 재일조선인 김시종의 장편시집 『니이가타』의 문제의식- 분단과 냉전에 대한 ‘바다’의 심상을 중심으로
...분단을 넘는 그의 시적 고투를 살펴보았다. 일제 강점기 원산에서 태어나 황국소년으로서 유소년시절을 보낸 김시종은 청년시절 제주에서 4.3사건을 직접 경험하고 그 복판에서 생존하기 위한 도일(渡日)의 험난한 과정을 겪으면서 재일조선인의 삶을 살아왔다. ‘재일(在日)하다’의 동사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일본에서 김시종의 삶은 한때 일본 제국주의의 피식민인으로서 억압적 차별 아래 일본의 비국민(非國民)이란 민족적 차별을 온몸으로 감내하였다. 더욱이 그는 4.3사건으로 표면화된 대한민국 건립 과정에서 구제국주의 일본에 이어 등장한 신제국주의 미국에 의해 새롭게 재편되는 아시아태평양의 정치경제적 헤게모니에 따른 한반도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다.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김시종의 『니이가타』의...
[학술논문] 현상타파 국가의 기정사실화 전략: 일본 제국 사례 분석과 한국 군사전략에의 함의
본 논문은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채 다양한 문헌에 흩어져 산발적으로 이루어져 온 기정사실화(fait accompli) 전략에 대한 논의를 통합하고 이론적 체계화를 시도하였다. 구체적으로는, 기정사실화 전략의 정의를 재정립하고 전개 과정을 가정-현상변경-순응의 단계로 개념화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1930~1940년대 일본 제국의 군사적 팽창을 사례 연구함으로써 현상타파 국가가 기정사실화 전략을 실행하는 방식과 특징을 규명하였다. 나아가, 사례연구 결과를 토대로 기정사실화 전략의 유형을 ‘탈취형’, ‘선점형’으로 분류하고, 이를 한반도 상황에 적용하여 전개 가능한 북한의 기정사실화 전략 위협을 진단하였다. 진단 결과, 서해 수역과 한강하구 지역이 북한의 기정사실화...
[학술논문] 문화사로서의 한국학의 조건과 사명-휴즈의 『냉전시대 한국의 문학과 영화』를 통해 본 미국 한국학의 단계들-
휴즈의 『냉전시대 한국의 문학과 영화』는 냉전기 ‘대한민국’이 자기의 담론적 경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당시의 문학과 영화 텍스트 분석을 통하여 추적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그러한 정체성 정치의 핵심은 일본제국, 북한, 미국이라는 시공간적 타자를 처리하는 방법들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은 냉전시대 남한의 한국 내셔널리즘에 대한 분석이지만, 일제시대와 해방공간(1945-1948)까지도 포괄하게 된다. 이처럼 광범위한 문화 텍스트들의 분석을 통해 저자는, 정치적으로 식민지, 전쟁, 혁명, 분단, 개발 독재 등의 격변을 겪은 근대 한국의 역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데올로기소들을 지목하고 그들끼리의 교섭 양상을 드러낸다. 근대 한국의 문화적 역사를 목표로 하면서, 저자는 특히 문화 텍스트에...
[학술논문] 해방과 개념, 맹세하는 육체의 언어들 ― 미군정기 한국의 언어정치학, 영문학도 시인들과 신어사전을 중심으로
...행위와 윤리를 가졌던 시대. 약속의 시대. 개념이 해방된 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반공’ 혹은 ‘빨갱이’라는 무시무시한 큰타자의 등장과 함께 해방의 언어 경험은 운동가들의 ‘지하의 언어’ 혹은 빨치산의 ‘산하의 언어’ 안으로 底流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에게 대일본제국과 대한민국은 별로 다를 게 없는 나라였다. 반공체제의 본격화와 함께, 해방기를 통해 잠시 지상에 드러났던 언어들은 땅에 묻은 문건들, 증언들, 산하를 쓰는 문학어들 안에서 겨우 존재하게 된다. 사회와 과학이라는 기대 지평 안에서 개념적으로 사고했던 사람들에게 해방 공간(1945~1948)이란 장기지속된 식민주의 체제 사이의 휴지기, 혹은 앙시앙 레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