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분석] 통일을 기다리는 나날들 -7·4 남북공동성명 직전의 최인훈과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소설은 처음에는 느슨한 단편소설의 연작으로 계획되었지만, 최인훈이 월간지에 연재할 기회를 얻게 된 이후, 데탕트 아래 한국의 사회와 문화에 대한 월차보고서로 그 성격이 변화하였다. 한국전쟁 중에 월남을 했던 주동인물 구보씨는 뉴스와 신문을 통해 냉전체제의 변동과 남북의 접촉에 깊은 관심을 보인다. 소설가 구보씨의 1년은 뉴스를 통해 기대와 실망, 놀람과 지루함을 거듭 경험하는 나날이었다. 그 결과 구보씨는 통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데, 통일은 국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민간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었다. 그는 한국에서 공공영역이 형성되지 못한 이유를 탐색하면서, 민중의 일상에 대한 존중과
친밀권에 근거한 지역에서의 대안적 공공권을 구축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