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군사] 전장에 두고 온 학생증
...맹추위 속에도 과감히 벗어 던지기로 했다. 상의를 벗어 놓고 하의를 벗으려는데 발목에 매어 놓은 끈이 꽁꽁 얼어붙어 풀어지지 않았다. 총 개머리판으로 몇 번이나 발목 끈을 내리쳐 보아도 소용없어 어쩔 수 없이 하의만 그대로 입기로 하였다. 두툼한 겨울 장갑도 총의 방아쇠와 노리쇠를 신속하게 당기는 데 좋지 않아 벗어 던졌다. 철모 역시 신분의 혼동을 주고 민첩하게 움직이기 위해 벗어 버렸다.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내 신상정보가 기록된
학생증이었다. 내가 북에서부터 남쪽으로 어렵게 내려온 이유, 자유주의 세상에서 학업을 이어 나가는 것.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줄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조차도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애물단지일 뿐이었다. - 본문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