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염상섭의 「이합」·「재회」 연작에 나타난 해방기 젠더정치와 출몰하는 여성 주체
...여성 주체의 역동성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단독정부 수립이 현실화된 시점에 발표된 「재회」에서는 민족 분단 문제가 젠더 이슈를 압도하는 가운데 다성적 서사가 약화되고 작가의 독백적 경향이 전면화된다. 이에 따른 신숙의 가정 복귀 결말은 여성의 주체성 상실로 비칠 여지가 있으나, 이는 단순히 가족주의로의 회귀이기보다 분단 현실에 대응하는 대안적 주체 형성의 시도로 해석될 수 있다. 새로운 친밀성의 구조에 기반해 여성 주체의 재구축 가능성을 열어둔 화해 서사는 분단 극복을 적극 모색했던
남북협상파 염상섭의 작가적 입장과도 연동된다. 두 작품은 해방과 분단이라는 역사적 격동기 속에서, 남성 권력과 양극단의 이데올로기가 비가시화한 해방기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하는 시도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