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세 여자 1
...대륙의 다른 장소로 흩어졌지만 늘 우리 근대사의 극명한 현장 한가운데 있었다. 가령, 주세죽이 스탈린 치하에서 한인 강제이주의 참담한 현장에 던져졌을 때 허정숙은 연안에서 모택동에게 혁명전략을 배우고 있었고, 고명자는 경성에서 친일잡지의 기자 노릇을 했다. 해방공간에 허정숙과 고명자는 38선의 북쪽과 남쪽에 있었고, 허정숙은 김일성의 측근이었고, 고명자는
여운형 옆에 있었다. 이들은 혁명의 여정에서 남편을 잃고, 투옥되고, 고문을 당하고, 아이를 잃고, 마침내 시베리아에서, 평양에서, 경성에서 외롭게 죽어갔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식민지 조국의 국민이 되어 일상은 깨지고 생활은 투쟁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 그래서 세 여자는 자연스레 삶을 역사에‘올인’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