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문화]
...개성사람이 됐다. 한국전쟁이 끝나기 전까지는 남쪽 행정구역이었다. 그 지역이 판문점으로 되면서 북쪽 사람이 되었다. 그러니 그는 남쪽 출신으로 기록이 남는다. 출신 지역을 정치적으로 분류하기에 북쪽 출신인가 남쪽 출신인가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그의 어머니는 해방 전 서울에서 연극배우로 명성이 있던 황철과는 알고 지내던 사이었다. 전쟁이 끝나 황철이 개성으로 내려가 중학생 우인희를 데려다 국립연극극장 부속예술학교 사무장이던 나웅에게 맡겼다. 처녀애가 제 엄마처럼 넓은 이마에 눈이 크고 시원스러웠다. 동작이 침착했다. 말이 적으면서도 웃어보는 유연한 눈길은 느낌이 좋았다.
연출가 박학은 〈춘향전〉 시나리오를 들고 교육성 부상 겸 국립연극극장 총장 황철을 찾아갔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사회/문화]
...1980년대까지 남한영화에서 전쟁영화라는 장르는 반공영화라는 ‘상위 장르’에 포함되는 경향이 있었다. 물론 반공영화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학문적 엄밀성을 요구하는 것이지만 반공성은 전쟁영화, 액션영화, 스릴러 영화, 문예 영화를 불문하고 많은 장르영화 속에 각인되어 나타났다. 특히,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쟁영화는 남한과 북한이 적과 아로 나뉘어 전면전을 벌였던 역사적 경험을 소재로 했기에 반공성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장르였다.
p105 전쟁영화는 고유한 장르적 속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남성성이 재현되는 방식도 오랜 장르적 공식과 관습의 전통 속에서 걸러진 장르영화 고유의 틀을 갖고 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전쟁영화 속 남성을...
[정치/군사]
...style="color:#80888a">항미원조 영화가 전성기를 맞이한 세 번째 시기 영화와 두 번째 시기의 대표작 〈상감령〉의 가장 큰 차이는 영화 속 조선의 등장 여부에 있다. 〈상감령〉은 조선에서 벌어진 전투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음에도, 그 존재감은 크지 않다. 영화 초반, 조선인민군 장교가 중국지원군 사단장에게 전화하여 전투 정황을 알리는 장면 외에는 북한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지원군이 어디에서 누구를 돕기 위해 싸우는지 알 수가 없으며, 영화는 오로지 중·미의 대결, 즉 ‘중미전쟁’처럼 그려진다. (…) 반면, 1960년대 항미원조 영화 속에서는 ‘사회주의...
[사회/문화]
...피해자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층위의 전쟁기억을 인정하고 수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트라우마의 원인인 전쟁을 기억하되, 정의와 평화, 자유와 민주주의의 발전, 인권의 향상, 사회 구성원들의 성장을 재기억화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한국전쟁에 대한 기억을 화해적으로 재구성하기 위해 사회학적 관점과 인문학적 관점을 혼합한다. 특히 전쟁의 보다 미시적인 측면으로 들어가기 위해 소설, 수기 등의 개인 서사를 많이 차용하고, 시, 노래, 영화, 연극 등 다양한 예술 장르를 인용한다. 이 책은 한국전쟁이 개인의 삶에 어떤 흔적을 남겼는지 살펴봄으로써 전쟁에서 지워지고 묻혀버린 ‘사람의 얼굴’을 찾고, 고통의 연대를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정치/군사]
... 취재했다. 그렇게 〈한겨레〉에 6개월 동안 폭발적으로 써내려간 기획기사 ‘본 헌터’를 개고하고,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연표·이름 대조표·역사사회학자의 발문을 추가하며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맥락을 보강해 책으로 선보인다.
이 책은 두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독특한 ‘교차식 구성’을 따르며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사건의 참상과 땅속에 묻힌 진실을 추적한다. 먼저, 하나의 축은 민간인 학살사건 이야기로, 유골·생존 피해자·유가족·유품·관련 주변인·가해자 등 여러 화자의 시점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뼈아픈 학살 사건을 입체적으로...
[학술논문] 고립된 전사, 경계의 타자 - 탈냉전시대 한국전쟁 영화에 나타난 ‘北’의 표상 -
...제작되고 개봉된 한국전쟁 영화를 대상으로 그 영화들에 나타난 ‘북(北)’의 표상이 냉전시대와 달라지는 양상과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추이를 고찰하고 그 함의를 밝혀 향후 나아갈 바를 조망하고자 했다. 탈냉전시대가 시작되는 1990년부터 2012년에 이르기까지 ‘북’에 관련된 표상이 드러나는 영화는 1990년대 말을 변곡점으로 하여 크게 둘로 나뉜다. 1990년대에는 그 동안 다루어지지 못했던 빨치산이나 좌익운동을 소재로 취하여 인민군 혹은 공산주의 그룹의 내부로 들어감으로써 그들도 우리와 같은 피해자임을 보여주는 영화들이 나온다. 2000년대에 가면 한국전쟁을 비롯해 간첩, 탈북, 이산가족 상봉 등 ‘북’에 관련된 제재가 영화 장르의 관계망 안으로...
[학술논문] 망각된 냉전체제하의 <아리랑>-1963년, 남북단일팀 국가가 되기까지의 남북한 <아리랑> 정전화 과정
... 보인다. 하지만, 북한에서 <아리랑>이 급부상하여 정전화된 것은, 아마도 당시 냉전체제의 주요 경쟁무대였던 한반도에서, <아리랑>이 한국전쟁을 거치며 미군에 의해 국제사회로 알려지거나, 남한에 의해 한미합작영화나 『아리랑』의 리메이크가 제작되는 것에 자극되어 그것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볼 때, 남북이 <아리랑>을 민족의 노래로 받아들이고 63년에는 남북단일팀 국가라는 공식성을 부여하게 된 계기는, 해방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초래된 결과라기보다는, 냉전체제의 시대적인 논리가 만들어낸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이것은 냉전체제의 축소판이었던 남북이 조선적인 것의 상징으로서 <아리랑>에 공식적인 권위를...
[학술논문] 탈냉전기 냉전 인식의 전환 : 소설 『DMZ』(1996)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를 중심으로
이 글에서는 1996년에 발표된 박상연의 소설 『DMZ』와 2000년에 상연된 박찬욱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비교하여 동일한 서사를 공유한 작품 안에서 분단의 문제가 다뤄지는 양상을 살펴봤다. 박상연의 소설은 1990년대 문학 장에서 주목받지 못했으나, 오히려 이 때문에 이 작품만이 지닌 개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 이 작품에서 한국전쟁의 중립국행 포로가 등장하고 그가 재현되는 방식은 당시 문학 장에서 헤게모니를 지니고 있던 리얼리즘이나 포스트모더니즘의 담론과 어긋났다. 『DMZ』에서 중립국행 포로는 증언자의 권위를 확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정의로운 삶을 살아낸 인물로도 재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렇게 재현된 중립국행 포로의 형상은 서사적 현재에서 다뤄지는 판문점 살인 사건과 연결됨으로써...
[학술논문] 영화에서 드러나는 한국전쟁에 대한 집단기억과 대중기억 만들기: 〈태극기 휘날리며〉,〈웰컴 투 동막골〉,〈포화 속으로〉, 그리고〈고지전〉 사례분석을 중심으로
...재현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생산되고 유지되며 변화하는 것이며, 따라서 한국전쟁에 대한 우리의 기억 또한 전쟁 그 자체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결과라는 관점을 기본 가정으로 삼아 작성되었다. 이러한 가정 아래 본 논문은 한국전쟁을 다룬 근래 영화들,〈태극기 휘날리며〉,〈웰컴 투 동막골〉,〈포화 속으로〉, 그리고〈고지전〉이 한국전쟁에 관한 기억을 생산 또는 재생산하는 방식에 관해 논의하였다. 연구를 위한 방법론으로는 사례 영화들을 ‘이야기’와 ‘담화’ 두 차원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데 유용한 서사이론을 활용하였다. 연구 결과 논의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술한 영화들은 남과 북의 이데올로기적 대립이라는 이슈를 우리 사회의 공적 기억과...
[학술논문] 전쟁의 정치적 변용 - 50~60년대 ‘항미원조’ 전쟁영화를 중심으로 -
...‘항미원조’ 전쟁영화를 대상으로 중국에서 한국전쟁이 재현되는 양상을 고찰함으로써 신중국의 냉전문화 구성 과정 및 그 균열지점을 짚어보았다. <상감령(上甘岭)>·<기습(奇袭)>·<영웅의 아들딸(英雄儿女)>은 항미원조 전쟁을 다룬 ‘17년 시기’의 대표적 작품으로서 제작년도(1956년, 1960년, 1964년)의 사회적 동향을 반영하여 각각 상이한 각도에서 대중정치를 작동시키는 방식을 보여준다. 동일한 전쟁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기억하는 주체에 따라 전쟁의 양상은 판이하게 달라진다. 한국전쟁은 1차적 당사자인 남․북한 외에도 미국과 중국, UN 연합국이 참여한 국제전으로서 각국에서 한국전쟁 이미지는 판이하게 다르다. 한국전쟁은 그 누구의...